김재잘의 주절주절 (heavy ver.)

[주저리] “좋을 때만 사랑이다” 라는 말

김재잘 2023. 12. 22. 22:48

오늘 출근길에 [기리보이 - 뭐 어떡할까]라는 노래를 듣는데, 가사 중 특정 부분이 내 귀에 꽂혔다. 
 
"사랑이 아냐 너는 뭔가 착각하고 있어
우린 좋을 때만 사랑이잖아"

이전에도 이 말에 내포된 의미가 궁금했던 적이 있다.

심지어 내가 매 회 챙겨볼 정도로 좋아했던 드라마 [스물다섯 스물하나]에도 이와 같은 대사가 나온다.

"우린 좋을 때만 사랑이고 힘들 땐 짐이야."


희도(여주인공)의 대사이고, 그 장면에서 그들은 이별한다.
그때는 마냥 '너네 결혼해야 해.. 그렇게나 예쁘고 아름답게 사랑해놓고 왜 헤어져?' 하는 생각에 작가님이 원망스럽기만 했다.
 
한국 로맨스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의 결말은 90% 이상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.
사랑의 결실을 맺거나, 설사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더라도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는 느낌의 현재진행형으로 보통 끝이 난다.

그래서 그런 K드라마가 익숙했던 나는 그게 너무 당연했고
그토록 애절하게 사랑한 남녀주인공은 결코 헤어지면 안돼!라는 고정관념이 자연스레 생겼던 것 같다.

드라마가 종영된 지 1년이 지난 현재
그 여운에서 벗어난 뒤 다시 생각해 보니 이진&희도는 (애청자로서.. 그럼에도 결혼했으면 좋았겠지만) 헤어질 이유가 사실 충분했다.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유다.

이진, 희도 - 스물다섯 스물하나


그들은 사랑하는 방식이 너무 달랐다.

희도는 좋은 때뿐 아니라 힘든 상황에서도 그 '힘듦'을 나누고 보듬어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고,
반면 이진은 힘든 때가 있으면 혼자만 견디면 되지, 굳이 티를 내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. 그건 잘못된 게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방식이 다른 거다.

그 경우 당연하게 오해가 쌓이게 될 것인데,
이제 그 ‘오해를 풀어가는 시기'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.


이진, 희도는 상황에 점차 지쳐갔음에도, 당시 둘은 어쩔 수 없는 장거리 연애 중이었고 각자 생활이 너무도 벅차고 바빴던 터라 진솔한 대화를 할 시간이 미처 없었다. '그 시기'를 놓친 것이다.
(이런 경우를 두고 '상황이 야속하다.'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)
 
아, 그럼에도 극복한 사례도 있긴하다. - 희망회로

[응답하라 1994] 드라마 20화 정도를 참고하면 나정♥쓰레기 커플도 비슷한 이유로 중간에 헤어짐을 겪게 된다.
그렇지만 결국 다시 만나 결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.
이 둘도 분명 ‘시기’를 놓쳤지만, 인연이 다시 닿아 결국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.
(이런 걸 두고 운명이라 부르는거겠지?)

그렇게 사람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, 그 헤어짐이 영원한 끝이 될 수도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다.
 

 
-


요즘 드는 생각이 있다.
 
1. 앞으로는 사랑에 좀 더 솔직하고 싶고
2.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드러내는 연애를 하고 싶다.
 

 


 
 
추가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,
'좋을 때만 사랑이다' 이 문장이 비단 남녀 간의 사랑에만 통용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.

가족 간의 사랑이든, 친구 간의 사랑이든 모든 사랑이 다 대상이 될 수 있다.

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,,
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, 화이팅...! 💗